족보라고 하면 흔히 한국 혹은 동양의 일부 국가에만 있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나, 오늘날 족보제도는 대체로 어느 나라 에나 있고 없는 나라가 드물 정도라고 한다. 세계 각국의 많은 나라에 이미 족보학회가 있고, 또한 족보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도서관이 있는 나라도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미국의 족보 전문도서관 에는 마이크로 열람기만 해도 300대가 있어 하루에 수백 명의 열람자가 도서관에 모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족보학회는 창립한지 이미 80년이나 되어 국내외의 많은 학자와 인 사를 초청하여 국제 회의까지 열어, 족보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를 광범위하게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오늘날 우리나라의 고대 나 중세기의 문물제도에 대하여는 여러나라가 다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기할 것은 미국의 하버드 대학에서 한국의 족보제도를 연구하기 위하여 우리나라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각 성씨의 족보를 모두 필름으로 촬영해간 바 있다. 그리고 미국 유타주의 각 대학에서는 계보의 작성법을 학과에 편성해 넣고 교과로써 이를 배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때때로 보학이 기록보존에 대한 연구발표회를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족보는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족보라는 것이 정평이며, 그래서 우리 나라보다도 외국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족보에 대한 연구가 그나라의 정치·사회·문화 등을 연구 하는데 아주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조차 없다. 현재 동양의 족보가 보존되고 있는 외국의 학술단체는 다음과 같다. 1. 미 국 컬럼비아 도서관, 하버드대학 도서관, 유타세계계보협회 계보도서관 2. 일 본 동경대학 도서관, 국회도서관, 동양문고, 동도대학 도서관, 내각문고, 동경교대 도서관 3. 중 국 남경도서관, 중국과학원, 북경도서관 4. 프랑스 극동학원, 아세아협회 5. 기 타 베트남 국립도서관
그리고 동양 각국의 족보에 대한 명칭은 각국이 모두 특이한 점을 지니고 있다. 족보의 종주국이라고 하는 중국에서는 「종보」 라는 이름이 압도적으로 많고, 한국에는 「족보」「세보」라는 명칭이 가장 많은 반면「종보」라는 명칭은 좀처럼 쓰지 않고 있다.
일본은 대체로 상층계급에만 족보가 보급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가보」라는 이름을 많이 쓰고 있는 듯하다. 이는 대표인물 밑에 「ΟΟ장군가보」그냥 보(譜)자만 써서 「ΟΟ장군가보」라고 한 것도 많다. 그리고 서구 각국에서는 가계를 「가족의 나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한가족을 나무로 생각하여 나무뿌리는 그원으로서 조상을 나타내고 여러 가지의 갈래는 분파 또는 지손을 말하며,또한 꽃이나 잎은 많은 자손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계의 근원을 목수(木水)-뿌리없는 나무가 없고, 근원이 없는 물이 없다'는 뜻에 비유한 것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또한 「화수(花樹)」,「화수회(花樹會)」니 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의미를 지녔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지금까지 족보가 없는 민족 가운데 는 잃어버린 조상을 찾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일본에서도 자신들의 조상을 찾아내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유럽의민족주의 국가에서는 지난날의 잡혼(雜婚)에 의한 민족소질의 저하를 막기 위해 혈통을 존중하는 운동이 일어난 일도 있다.
또한 민족의 계통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국민의 성명을 이민족과 구별되는 것으로 변경시키는일까지 있었다.
오늘날 족보는 이미 세계 각국에 널리 보급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모두 여기에 큰 관심을 갖고 이를 연구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이 방면에 급속한 발전이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